요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엔 이런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투자, 가입자 수, 실사용률 등 모든 항목에서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기록을 내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넷플릭스 천하’라는 얘기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사업자의 고민은 커지는 분위기다.22일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OTT 앱 사용자 수는 넷플릭스가 1156만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2~4위인 쿠팡플레이(467만명) 티빙(411만명) 웨이브(293만명)를 더해야 넷플릭스와 비슷해지는 수준이다.업계에선 1위와 ‘나머지’의 격차가 올해를 기점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K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광고형 요금제를 활성화하는 등 사용자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4년간 한국 드라마·영화·리얼리티쇼 등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5억 달러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킹덤’ ‘오징어 게임’ ‘더글로리’처럼 해외에서도 통하는 넷플릭스 K콘텐츠를 더 만들겠다는 의지다. 통상 오리지널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는 고정 사용자 확보와 직결된다.코로나19가 회복되고, OTT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겪은 ‘신규 사용자 유입 정체’ 위기도 넷플릭스는 빠르게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를 시청하면 기존 이용료의 반값인 월 5500원에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광고형 멤버십’을 내놓은 게 대표 방안이다. 넷플릭스는 이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면서 가입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올 들어 광고형 멤버십에 제공하던 최대 화질을 기존 720p에서 1080p로 높였고, 동시 접속 가능 인원도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더 치열하게 시장을 파고들면서, 이를 추격할만한 OTT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국내 OTT 사업자는 대부분 ‘진격’하는 넷플릭스에 손발을 드는 모양새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은 지난해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지만, 성과로 연결되지 않은 탓이다. 늘어나는 제작비에 비해 구독자 수는 좀처럼 반등하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비유될 정도다.웨이브는 지난해 영업손실 121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69억원 영업손실, 2021년 558억원 영업손실 등 적자 폭은 계속 불어났다. 티빙도 마찬가지다. 티빙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지난해 1191억원으로 늘었다. 왓챠 역시 지난해 55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의 영업손실 요인으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증가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브의 콘텐츠 원가는 2021년 1452억원에서 지난해 2111억원으로 증가했다. 티빙도 같은 기간 콘텐츠 원가가 707억원에서 1167억원으로 불었다.올해 흑자전환 가능성도 작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당장 1~2년 내 흑자전환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며 “시장 환경이 쉽지 않아 콘텐츠 양을 줄이고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 등 ‘대작’보다는 ‘가성비’ 좋은 예능이나 드라마로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급기야 신한회계법인은 왓챠에 대한 감사 의견으로 “계속기업(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사업자 대부분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투자하면서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이들이 주춤하는 사이 넷플릭스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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